[앵커]
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술 냄새를 풀풀 풍겼다면 어떻게 의사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?
충남의 한 대학병원, 그것도 소아청소년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.
이문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.
[기자]
김 모 씨는 6살 아들 병 때문에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.
진료 예약 시간은 오전 9시였는데, 의사가 40분이 넘어 나타났습니다.
더 화가 난 일은 의사한테서 강한 술 냄새가 풍긴 겁니다.
[김 모 씨 / 환자 어머니 : 말씀하시는데 발음이 조금 어눌하시더라고요. 그래서 뭐지 하면서 몸을 좀 갔어요, 선생님 쪽으로. 그런데 술 냄새가 확….]
김 씨는 의사가 만취 상태라고 판단해 진료를 거부했고, 경찰에도 신고했습니다.
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하려고 했지만 의사가 거부하면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.
경찰은, 술 냄새가 나긴 했어도 의사가 운전 중이 아니어서 음주 측정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.
4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 반쯤에야 보건소 직원이 와서 의사를 조사했는데, 이때도 음주 측정은 하지 않았습니다.
[보건소 관계자 : 전날 (술을) 하신 거고 저희가 볼 때는 오전에 좀 숙취가 남았던 것 같아요.]
2년여 전 의사 음주 수술 사건 등이 불거지며 음주 진료를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지만,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습니다.
[강태언 /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: 너무 듬성듬성 의료법이 만들어져 있어서 정작 의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법안이 올라가면 로비로 법이 그냥 무산되거나….]
병원 측은 보건소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, 의사 면담과 공식적인 답변을 미뤘습니다.
[환자 아버지 : 음주운전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력하고, 의사한테는 그렇게 관대하고 처벌 기준도 없고….]
YTN 이문석[mslee2@ytn.co.kr]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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